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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PC 2020 방송 후기

방송

by Gravekper 2020. 8.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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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Gravekper(또는 정재헌, 묘지기)입니다.

알고리즘 스트리머입니다. UCPC 2020에서 방송을 담당했습니다. https://twitch.tv/gravekper 에서 코드포스 풀이 방송을 진행합니다.

알고리즘 강사 일을 최근에 시작했습니다. 지난 7월에 제주대학교에서 알고리즘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전에는 골든 코인 및 다른 여러 팀 소속으로 하스스톤 또는 다른 여러 카드 게임에서 프로 게이머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이전에는 고려대학교 소속으로 ACM ICPC World Finals 2012에 출전한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소개는 프로필 페이지를 참조해 주세요. 알고리즘 강의나 대회를 포함한 업무에 관한 연락은 gravekper.public@gmail.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수학가르치는수학싫어하는사람]

 

전대프연과 UCPC에 대해

[UCPC는 전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동아리 연합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입니다]

전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 동아리 연합(이하 전대프연)은 알고리즘에 대해 공부하는 동아리들의 연합입니다. 전대프연과 UCPC에 대해서는 대회 페이지에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전대프연의 창립 멤버입니다. 전대프연을 만들기로 한 회의에도 참석했습니다. 초대 회장은 최백준 님이었는데, 그건 최백준 님이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회장은 되지 않았지만 전대프연이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단체 이름을 줄이지 못했다는 미묘한 책임감을 아주 가끔 느낍니다.

이전에 해본 중계

[pichulia 선생님의 스파게티는 성공적으로 식량난을 해결했습니다]

저는 거의 매주 코드포스 세트가 끝날 때마다 문제풀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드포스 대회를 중계한 경험은 이번 중계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2019년 11월에 ICPC 서울 리저널의 비공식 중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계는 김찬민(kcm)님과 홍은기(pichulia)님의 도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제 해설은 Lawali님과 xhae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당시에는 전염병과 관계없이 '다른 인터넷 중계가 없었기 때문에' 중계를 계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초기 계획은 오프라인 대회 장소에 직접 방문해 중계를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대회 장소가 협소하고 장비 조달이 곤란하다는 문제가 있어서 무산되었고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염병 시대의 프로그래밍 대회

UCPC 2020은 공식 방송에 큰 비중을 둔 대회였습니다. 2020년 이전에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큰 대회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국토가 작고 교통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국내 어디에서 출발해도 하루 정도만 숙박하면 대회장에 방문하는 일정을 무리 없이 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COVID-19로 인해 거의 모든 오프라인 모임이 취소되거나 축소 또는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Google Code Jam과 ICPC World Finals을 비롯한 많은 대회들이 오프라인 경기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8월 시점에서도 아직 올해 ICPC가 과연 오프라인으로 진행될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썼는데 이 글 쓰는 사이에 발표됐습니다.

5월에 UCPC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고 오프라인 본선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서울의 유흥업소에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기면서 전염병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보였고 완전 온라인 대회로 계획을 확정합니다.

대회 준비 시작

대회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결정되면서 방송 담당자로 대회 운영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방송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적어도 PS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방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로 공부할 필요 없이 어떤 도구들을 사용해서 어떤 플랫폼에 어떻게 송출하면 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파악하는 것부터 방송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방송장비

이런 장비가 필요하다고 정리했습니다.

  • 720p 30fps 이상 웹캠 한 개

  • 마이크 하나 또는 두 개

  • 성능이 좋고 발열 관리가 잘 되는 PC 한 대

노트북으로 방송을 한다면 발열 관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쓰로틀링 때문에 프레임 드랍이 생기거나 방송이 꺼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PC가 두 대 이상이라면 캡처보드로 화면을 만드는 PC와 웹에 송출하는 PC를 나누어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세팅은 비용도 많이 들고 PC를 다루는 사람이 더 바빠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PC 한 대로 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PC는 김동현(kdh9949)님의 랩탑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에 리허설을 통해 PC가 문제없이 방송에 사용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PC를 제외한 장비는 모두 새로 구입했습니다.

  • 카메라: Logitech BCC950

    • 조금 사치스러운 장비입니다. 충분히 고성능이었고 모든 작업에 잘 활용됐습니다.

    • 스탠드를 내장하고 있었고 회전도 가능했기 때문에 다루기 편했습니다.

  • 마이크: PILLAR CM-006(2대)

    • 핀 마이크입니다. 성능은 평범합니다. 노이즈 처리 필터만 잘 사용하면 나쁘지 않은 소리가 나옵니다.

    • 바로 위에 있는 캠에 달린 마이크도 충분히 좋습니다. 하지만 캠은 위치가 고정이고 발표자의 음성을 직접 입력할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핀 마이크를 구매했습니다.

    • 2대 구입한 것은 혹시 모를 고장이나 2대 이상 필요한 상황을 대비한 선택입니다.

구입한 장비들은 대회가 끝난 뒤 제가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인수하는 데에 지불한 비용은 UCPC 대회를 위해 제게 지급된 인건비의 일부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문제 출제와 대회 진행에 참가한 분들에게 인건비가 지급되었습니다. 제 인건비의 상당 부분이 이 장비들을 인수하는 데에 사용되었지만 어차피 장비를 바꿀 때가 되었고 좋은 기기들이기 때문에 저는 만족합니다.

방송 인력

숙련된 사람 한 명, 그러니까 출제자 중 한 분에게 화면 컨트롤을 부탁드리면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OBS는 쉽게 익힐 수 있는 강력한 방송 도구입니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현장에서 몇십 분 정도만 연습을 해도 큰 무리 없이 화면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가 방송 진행도 하면서 OBS도 다루긴 했습니다. 방송 계획이 여러 번 바뀌거나 중계 직전에 완성되거나 하면서 결국 방송의 흐름에 대해 아는 건 저밖에 없게 되었으니까요. 일정상 누군가에게 넘겨줄 시간같은 게 없었습니다. 해 보니까 조금 무리였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긴 한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진행계획

방송에서는 이런 것들을 하게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 방송 종료 카운트다운

  • 출제된 문제 풀이

  • 스폰서 발표

  • 스코어보드 오픈

이외에 '방송을 켤 때 프리징 전까지 스코어보드 진행을 시뮬레이션'한다던가 같은 몇 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대회 종료 이전에도 방송을 켜두기로 하면서 굳이 프리징 이전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대회 중계중에는 채팅창으로 문제의 해답이 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채팅창을 비활성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채팅창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에 트위치에서 지원하는 '이모티콘 전용 채팅'을 사용해 시청자 사이의 정보 전달을 막으면서 어느 정도 채팅을 즐기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리허설(2020-07-18)

7월 18일 늦은 시간, 대회를 중계하기로 한 고려대학교 강의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네트워크 테스트

강의실 PC의 이더넷 케이블을 가져와서 꽂으면 충분히 높은 대역폭이 나왔습니다. 5000Kbps도 문제 없이 송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이전에 그 강의실에서 한 행사도 큰 문제 없이 스트리밍을 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중간에 끊기지는 않으리라 생각했고 2시간 정도 방송을 켜 둬 본 뒤 돌아왔습니다.

발표 테스트

리허설 진행 이전까지는 발표자가 핀 마이크를 가지고 칠판에서 설명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웹캠으로 칠판에서 발표하는 발표자와 발표하는 내용을 동시에 커버하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칠판에서 진행하는 발표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건 강의실에 있는 사람 뿐이었습니다.

잠시 고민한 끝에 발표 슬라이드를 화면에 그대로 내보내고 발표자가 앉아서 태블릿(펜 입력 장치)으로 필기하는 형태로 바꾸기로 생각합니다. 저는 잠시 집에서 태블릿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한 뒤 리허설에 나온 다른 분들에게 바뀐 계획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칠판을 제대로 비추기 위한 추가 장비를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런 큰 방송을 진행한 적이 없었고 발표 형태에 대해 고민한 적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좋을지 떠올리려면 현장에서 발표를 재현해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리허설을 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려웠는데, 제가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 '필요한 것들'은 제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두 문제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어떤 분에게 어떤 것을 부탁드릴지를 제 때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방송 씬과 프레임

[씬 제작계획]

씬은 이미지 파일 또는 웹 브라우저를 여러 레이어로 겹쳐서 만듭니다. 그런데 저는 미적인 부분에 전혀 재주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이런 어셋들을 만들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걸 박수현(shiftpsh)님이 하기로 했는데, 박수현님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풀이 슬라이드

당일까지 준비가 된다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언급합니다.

더미 플러그

대회가 진행되는 중에 카운트다운과 스코어보드 페이지를 띄워 놓기 위한 PC가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알고리즘 동아리 ALPS 회장 공인호님의 기기를 사용했습니다.

주제와 별로 관련없는 내용이지만, ALPS는 2011년에 저와 친구들이 ICPC 준비를 위해 만든 동아리입니다. 그리고 제가 첫 번째 회장이었습니다. 저는 동아리를 만든 이후로 별로 잘 한 일이 없던 것 같긴 하지만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후배님들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예선(2020-07-25)

예선에서는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백준 온라인 저지의 서버가 갑자기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능이 정지되면서 대회 진행자도 대회 시스템을 통제할 없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설명된 글두 개 링크합니다.

 

[아아아아아아]

 

서버가 작동하지 않으니 갈 곳을 잃은 참가자분들이 방송에 들어옵니다. 운영진들은 현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대회 페이지의 문제 번호까지 본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회 문제가 유출되지 않았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회 운영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만들고 실행합니다.

서버가 복구되기 직전에 사고와 대책에 대한 단체메일이 전송됩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이번 대회는 내일 정오까지 연장되고, 4문제 이상 해결한 팀은 모두 본선에 진출합니다. 이 내용은 문제지와 함께 팀 등록시 제출한 메일로도 전송되었습니다. 참가자 분들은 메일함을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사고로 잃은 것들

방송은 모두 대회가 끝난 뒤에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 날 안에 대회가 끝나지 않게 되면서 방송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방송 계획은 백지화되었고 제가 해야 할 일도 백지화되었습니다.

예선 방송은 어느 정도 본선의 리허설도 겸하고 있었습니다. 예선 방송을 통해 방송 진행을 한 번 경험한 뒤에 본선을 만드는 데에 적용하려고 했지만, 그런 정보 없이 바로 본선을 준비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문제가 되는 이슈들이 해결된 다음에 예선 대회장에서는 이런 일들을 했습니다.

  • 풀이 발표를 위한 펜이 지원되는 PDF 뷰어를 아직 안 골라 놓았습니다. Drawboard를 쓰기로 했습니다.

  • 풀이를 녹화해 제공할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화면 프레임과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듭니다.

최대한 많이 준비해보려 했지만, 본선 전까지 준비되지 않은 것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본선(2020-08-01)

풀이 녹화

예선 대회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풀이를 녹화하는 계획에 대해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본선 방송의 풀이 발표는 대부분 녹화되어 진행됐습니다. 녹화는 이런 이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풀이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녹화할 수 있습니다.

  • 음향 문제를 미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중계방송 중에 발표자석에 앉을 사람을 바꿀 일이 줄어듭니다.

실시간으로 채팅창에 대응할 수 없다는 단점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처럼 자주 방송을 해서 익숙한 경우가 아니라면, 풀이를 하는 동안에는 보통 채팅창같은 걸 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큰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회 종료 이후에 도착한 분이 담당한 문제를 제외한 대부분 문제 풀이는 녹화되어 제공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담당하게 되는 풀이 세션은 녹화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실제 중계에서 제가 진행한 풀이 세션은 없었습니다.

방송 중에 굳이 "이 풀이는 녹화된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방송 중에 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풀이는 OBS 스크린 위에서 방송 프레임을 포함해서 녹화했고, 재생할 때에는 그 위에 프레임을 다시 씌워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과 실시간으로 풀이하는 것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거기까지 깔끔하게 연출하지는 못 했지만요. 실시간 풀이와 녹화된 풀이를 번갈아가며 진행하면 발표자석에 앉는 사람을 바꾸는 일을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늦게 준비된 풀이 슬라이드

여유로운 진행을 위해 풀이를 녹화하는 계획을 만들었지만, 한가지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문제풀이에는 공식적으로 배포하기로 한 풀이 슬라이드를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이 슬라이드들이 대회 종료 직전까지도 미완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풀이 슬라이드는 LaTex 소스 파일을 그 자리에서 컴파일해 만들 계획이었는데 뭔가 수정할 때마다 ShareLaTex로 문서 전체를 다시 컴파일해야 했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대회 종료 2시간 전쯤 풀이 슬라이드가 거의 완성되었고 그 때부터 녹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녹화는 대회가 끝나기 10분 정도 전에 모두 마쳤습니다. 간신히 일정을 맞추기는 했고, 만약 맞추지 못하더라도 실시간 발표로 대체하는 수가 있었지만 다시 준비한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하고 싶습니다.

[화석(묻힘)]

그리고 공식 풀이 슬라이드에는 문제를 처음 푼 팀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데, 처음 푼 팀이 발생하기 전에는 임시로 만든 팀 이름(화석: 암모나이트, 삼엽충, 실러켄스)이 적혀 있었고, 실제로 실시간 발표를 하려고 하는데 준비한 풀이 슬라이드의 팀 이름이 '화석'으로 되어있는 작은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노출될 뻔했던 '화석'은 제가 대충 펜으로 긁어서 없앴습니다.

다음에 다른 대회를 준비한다면 배포용 슬라이드와 풀이용 슬라이드를 따로 작성하고 실시간으로 변경되어야 하는 정보는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녹화시에는 문제별로 파일을 따로 만들어서 다른 문제 풀이가 준비되기 전에도 풀이가 준비된 문제들을 녹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방송 진행

방송 진행중에 어떤 일들을 할지, 어떤 문서가 언제까지 완성되었는지같은 것들은 대회 진행시간 중에 결정되어 최소한의 연습 후에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조금 연습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들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스코어보드 오픈

진행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별로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왜냐면 팀 이름만 읽어도 대충 재밌거든요. 이번에는 9문제 이상 푼 팀을 9문제 이후로 시간과 관계없이 프리징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덕분에 최상위권 진행도 흥미로웠습니다. 스코어보드 컨트롤은 어렵지 않게 구성되었고, 중간에 스코어보드가 리셋되거나 하는 큰 문제도 없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들

대부분 방송 문제들은 중계 담당자인 제가 이런 대회를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어서 발생했습니다.

방송 진행

대본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본선 대회에서 직접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도 정확히 무얼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본 없이 본선 방송을 진행하게 되면서 별로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방송을 진행하게 된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제가 방송중에 다음으로 말할 적절한 문장을 찾지 못해서 "어.."라던가 "그.."같은 말을 습관적으로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행동들이 중계 중에 많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진행순서나 언급할 사항들 목록 정도는 만들어놓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회를 진행하게 된다면 조금 더 매끄럽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계획과 업무분담

제가 "디자이너가 있으면 좋겠다"라던가 "풀이 슬라이드가 언제까지 준비되면 좋겠다"같은 것들을 일찍 파악하지 못한 것들이 아쉬웠습니다.

화면 구성은 제가 디자이너 한 분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중계진 내에서 제일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하는 분은 박수현님이었고, 프레임은 대부분 박수현님이 웹페이지 형태로 구현한 것을 OBS의 브라우저 소스로 불러와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박수현님은 이번 대회에서 제일 바쁜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수현님에게 뭔가를 부탁드리는 게 항상 조심스러웠고 안 그래도 바쁜 일정에 제가 짐을 하나 더 얹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방송 디자인을 문제 검수과정과 큰 관련이 없는 시간에 진행하거나 프레임 디자인을 회장이 아닌 다른 분이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풀이 발표를 하지 않는 대회를 준비한다면 대회 풀이 슬라이드는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만 완성되면 됩니다. 가끔 대회중에 출제자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풀이가 발견되면서 슬라이드에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풀이 슬라이드를 방송에서 사용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컴파일 문제같은 시간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대회에서는 풀이 슬라이드 완성 기한을 대회 시작 이전으로 잡고 시작하거나 방송용 슬라이드와 공개용 슬라이드를 따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음량

사용자에 따라 적합한 마이크 세팅이 각자 다릅니다. 녹화 진행이 이런 문제를 많이 줄여 줬지만, 녹화할 시간이 빠듯해 음량 체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행된 풀이 세션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동영상 음량을 올리면 들을 만한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문제: 프레임의 빈 공간

[하와와왕, 호에에엥, 후아아앙]

프레임의 오른쪽 가운데 칸에 시계를 고정시킨 것은 대회 종료 이전에 뭔가 할 일이 있었던 방송계획에 따라 배치된 것입니다. 방송 종료 후에는 오픈 컨테스트 타이머를 넣어뒀습니다. 그런데 방송은 풀이를 포함하기 때문에 방송을 직접 보고 있는 사람은 오픈 컨테스트 일정에 그다지 관심이 없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카메라를 2대 이상 쓰지 않으면 빈 공간에 넣을 게 없었습니다. 이후에 다른 대회를 중계하게 된다면 좀 더 고민해볼 주제입니다.

잘 되었던 것들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 보면..

  • 프레임은 저와 박수현님이 계획하고 박수현님이 제작, 제가 테스트해 사용했습니다. node.js로 웹페이지를 구현해 직접 컴파일해 사용했는데 원하는 건 거의 뭐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 풀이 발표 슬라이드와 방송용 프레임 등 모든 문서들의 조판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 방송을 진행한 장소는 고려대 정보통신관 601호. 약 100인 규모 강의실입니다. 네트워크 환경이 양호해 방송을 진행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크기도 운영진 분들이 넓게 띄워 앉기에 충분했습니다.

  • 식사와 다과가 다양하고 부족함 없이 제공되었습니다.

  • 문제 출제와 대회 운영에 참가한 분들에게 인건비가 지급되었습니다.

  • 본선 출제자 전원이 대회 당일 현장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원래는 제가 가장 쉬운 문제를 한두 개 해설할 계획이었지만, 출제자 전원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행사는 지금 안 만들면 앞으로 또 언제 만들지 모르겠다 생각해서 모든 문제를 각 문제의 출제자 분들에게 맡겼습니다.

  • 본선에서는 다행히 서버 문제가 없었습니다.

방송에 관해서 그리고 문제가 있던 부분만 앞에서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많았던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예선 사고를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실험적인 대회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방송에 중점을 두는 대회는 준비하는 쪽도 참가하는 쪽도 경험해본 적 없는 실험적인 일이었습니다. 실험의 중심에 있던 인물로서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서 기쁩니다. 전염병 시대에 앞으로도 온라인으로 많은 대회를 진행하거나 중계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경험이 이후에 대회 방송을 계획하는 저 또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후로 대회 중계방송을 계획하고 있거나 방송 진행자가 필요한 분들은 제게 연락 주시면 (제가 힘쓸 수 있는 안에서 (and|or) 적당한 보수를 받고)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gravekper.public@gmail.com 또는 https://discord.gg/gravekper 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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